어느덧 2부 만남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다.
지난해 10월, 2부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지막 촬영은 올해 9월 마지막 주에 끝났으니, 약 1년을 촬영과 전시를 오가며 보낸 셈이다.
작업의 뼈대를 만드는 데에는 약 8개월이 걸렸다. 1부 관계보다 작업의 진행 속도는 빨랐다. 대신 후반부로 갈수록 이미지 자체보다 시퀀스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를 더 오래 고민하게 되었다.

1부는 스스로 만들어둔 제약이 많아 촬영 과정이 힘들었다. 그러나 계절과 12개월이라는 구조가 처음부터 명확했다. 원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데 성공하기만 하면, 이미지가 놓일 자리 역시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오히려 더미북을 만들기 시작한 후반부에는 작업이 수월해졌다.
2부에서는 그 어려움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시작부터 촬영에 많은 여지를 두었고, 작업 중간에도 방향을 열어두었다. 대신 처음부터 시퀀스를 염두에 두고 촬영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더미북을 만드는 단계부터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결국 오픈콜과 전시를 반복하며 그 문제를 해결해갔다. 작업을 밖으로 내보내고, 반응을 듣고, 다시 시퀀스와 셀렉션을 수정했다. 그렇게 경험을 쌓아갔고, 올해 목표했던 몇 가지 결과로도 이어졌다.
10월은 그 결실이 특히 많이 나타난 달이었다.
상상마당 홍대에서 SLAP 17기를 대상으로 선배 특강을 진행했고, 런던에서는 PhotoMonth 2026의 전시가 열렸으며, 이탈리아에서는 Trieste Photo Days 2026이 이어졌다.
서울과 런던, 트리에스테. 서로 다른 세 도시에서 같은 시기에 내 작업이 소개되었다.


9월 마지막 주에는 만남의 마지막 촬영을 했다.
사실 8월부터 작업을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장면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심미적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2부의 주제 안에 놓을 수 없는 이미지들이 계속 생겼다. 뜨거운 여름이 모두 지나가고 가을이 되어서야 마지막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순간을 만났다.
처음 기대했던 모습과 정확히 일치하는 장면은 아니었다. 그런데 촬영하면서 이것이 2부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런던과 트리에스테에 직접 가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올해 초부터 참여해보고 싶었던 후지필름 파리 오픈콜에도 지원하지 않았다.
결정에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일정들을 모두 소화하면 3부를 준비하는 데까지 영향이 갈 것 같았다. 긴 고민한 끝에, 선정되고 전시된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두고 멀리서 지켜보기로 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체력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유럽으로 넘어가 일정을 직접 소화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상상마당에서 했던 이야기를 과연 유럽에서도 같은 밀도로 전달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올해는 컨디션 난조를 여러 번 겪었다. 교토에서 돌아온 뒤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속 촬영했고, 전시를 준비했고, 오픈콜에 지원했다.
전시 역시 작업 과정의 일부라는 내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시는 국내이든 해외이든, 직접 가든 가지 않든 분명히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돌이켜보면 최근 두 달 역시 작은 번아웃의 시기였고, 결국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유럽에 가지 못한 것이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작업이 더 빠르게 반응을 얻고 기회를 만나면서 스스로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내가 작업을 따라가야 하는 시기가 된 걸까?
작업 그 자체가 관객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할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하지만 그다음, 그리고 그 이상의 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내가 그 자리에 있어야 가능한 것들이 더 많다는 생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창작자인 내가 작품 곁에 머문다고 감상에 어떤 도움이 될지는 아직 나도 모른다. 나를 모르고 작업만 온전히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작품을 설명하고, 사람을 만나고, 질문을 듣고, 예상하지 못한 기회를 만드는 일은 작품 혼자서 모두 할 수 없다.
그래서 아직은 내가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년에도 비슷한 기회가 찾아온다면, 여건이 허락하는 한 가능한 한 직접 그곳에 가보고 싶다. 그리고 내가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준비하려 한다.
작업이 나보다 먼저 도착한 곳을, 이제는 나도 따라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