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카메라는 후지필름 포토페스타 2025 시리즈 부문에 참여하면서 만난 성남훈 선생님과, 천 개의 카메라(이하 천카) 이전 기수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프로그램이었다.
‘오늘의 서울을 기록해 내일에 전한다’는 취지로 서울의 모습을 기록하고 축적해가는 아카이빙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고, 사라진 과거를 현재의 이미지로 다시 바라보는 관계를 작업해온 나에게는 그 방향이 무척 익숙하게 느껴졌다. 시간이 흐르고 ‘빠른 서울’의 모습이 변할수록 그 기록의 가치는 더욱 귀중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기록의 가치 역시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인상은 가지고 있었지만, 처음부터 반드시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12기의 주제가 내가 태어나고 자란 지역인 홍대로 정해졌다. 포토페스타를 통해 만난 성남훈 선생님, 천카 사진가들과의 인연, 그리고 홍대라는 나의 고향까지 여러 연결점이 한곳에서 이어졌고, 결국 그것들이 나를 12기 참여로 이끌었다.
그렇게 천 개의 카메라 12기에 참여해 나의 고향인 홍대와 마포 일대를 기록했다. 이 작업을 통해 아래의 작가노트를 작성했고, 이후 류가헌에서 전시를 열며 관계로 이어온 1부의 여정을 자연스럽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방인의 고향
나는 홍대 인근, 마포구에서 태어났다.
마포는 나의 고향이지만, 그곳을 떠난 지 오래라 또렷한 기억은 많지 않다.
힘들게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던 시간, 어렴풋이 떠오르는 대학과 몇 개의 장면들만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걷기 시작했을 때,
현실의 마포와 내 마음속 마포 사이의 간극은 생각보다 컸다.
내가 알던 곳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고,
나는 내가 태어난 동네에서조차 객처럼 서성이는 이방인이었다.
함께 걷고 촬영하면서 내가 알고 있던 고향은 해체되고 다시 조립되었다.
그렇게 현재와 과거 사이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가며 남긴 이미지들은,
사라진 ‘나의 장소’를 애도하는 기록이자
다시 태어난 마포를 이해하기 위한 학습이었다.
나는 마음속 고향이 조용히 막을 내렸음을 실감했다.
동시에 여러 사람의 기대와 이야기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지금 여기의 서울’을 조금은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알던 그곳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곳을 이렇게 부른다.
나의 고향, 서울